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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모임

2월 도서관이 살아있다 (2023.2.10)

by 4librarian 2024. 12. 9.

사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해야 한다고들 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저자가 소개하는 동네도서관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연들이 소개한 책으로 그 안을 구성하는 "사람"에 주목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도서관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도록 도우며 공동체가 따뜻하게 교류하며 그중에 소외되는 사람들을 돌보는 기능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되새겨보게 된다.

 

도서관은 살아 있다 - 10점
도서관여행자 지음/마티

소셜 미디어에서 도서관 애호가이자 비평가로 정평이 난 ‘도서관여행자’(트위터 @kpark_librarian)의 『도서관은 살아 있다』이다. 미국에서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100선보다 동네도서관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연에 관심이 많다. 사서가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대며 “쉬이잇!” 엄포를 놓는 사람이 아니라 이용자와 지역 공동체의 필요에 활기차게 응답하는 사람임을, 도서관이 그 어떤 공간보다 동사들로 가득한 공간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큐레이션‘(curation)은 ‘보살피다‘라는 뜻의 라틴어‘큐라레‘(curare)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한다.
어쩌면 도서관의 북 큐레이션은 발견되지 않은 소중한 책과
눈에 띄지 않는 소외된 사람을 돌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
P. 54


P. 8
코로나 시국에 미국 성인들이 화장지를 사재기할 때, 한 어린이는 81권의 책을 빌렸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걸프포트 공공도서관의 한 사서가 휴관 직전 방문한 책벌레 어린이 이용자에게 대출 한도 없이 원하는 책을 빌려갈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사서들은 ‘공동체의 거실‘을 잃어버린 사회 취약계층을 돌보고자 손끝 닿는 데까지 노력했다. 자전거로 지역 이용자들에게 책을 전달하고, 주차장에서 취약 주민들에게 식료품을 배급하고, 어린이 이용자들에게 드론으로 책을 배달하고, 정보 소외계층에 노트북과 핫스팟을 제공했다. 이렇듯 다채로운 변화의 와중에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공동체가 소통하고 성장하며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공의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이다. 도서관을 지키는 건 공동체의 관심이다. 도서관을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책이 누군가의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향하게 한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P. 44
장서폐기 업무에 숙련된 사서라 할지라도 책을 소장할지 폐기할지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이 도서관에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장서점검을 할 때마다 괴로운 독백을 하는 사서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처분할까?
도서관마다 장서폐기 지침서가 있다. 보통 일정 기간(공공도서관의 경우 대개 3~5년) 대출 기록이 없거나 대출 빈도가 낮은 도서들, 그리고 여러 권 있는 도서가 우선 폐기 대상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장서 폐기에 흔히 MUSTIE 공식을 활용한다. 각 머리글자를 풀이하면 이렇다.

Misleading: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실제로 부정확한 정보를 전하는
Ugly: 심하게 낡거나 수선을 했으나 이용자가 선뜻 손이 가진 않을 만큼 외관이 흉한
Superseded: 개정판 또는 주제를 훨씬 잘 다룬 책으로 대체된
Trivial: 문학적, 과학적 가치가 떨어진
Irrelevant: 과거에 잠깐 유행했던 관심사를 다루거나 공동체의 요구나 관심과 무관한
Elsewhere: 같은 자료를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 올 수 있거나전자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P. 57
˝도서관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작가토니 모리슨이 뉴욕 버그 흑인 자료 도서관 9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말이다. 도서관 민주주의에서 저자 현진권은 도서관이 생각의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민주 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개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민주 제도의 발전에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도서관의 발전이 필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p.66
삶의 활기를 도서관에서 얻는 이가 있는가 하면, 도서관에서 삶을 마무리한 이도 있다. 1993년의 어느 날,
매기 펠프스라는 70대 이용자가 팜 스프링스 공공도서관을 방문했다. 그는 그곳의 관장에게 자신을 소개하며물었다.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낸 이 도서관은 제가 속한유일한 성소입니다. 불치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제 장례식을 도서관이 열어줄 수 있을까요?˝
관장은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로부터며칠 후 그는 어르신이 있는 호스피스 병동을 방문했다.
매기 할머니는 관장에게 자신의 물건을 전달했다. 가장먼저 건넨 것은 도서관 회원증이었다. 얼마 후 도서관은매기 할머니의 장례식을 진행했다. 관장은 추도사에서이렇게 말했다. ˝매기 할머님을 기리고자 1979년 개관이래 처음으로 도서관이 일요일에 문을 연 걸 아신다면,
그가 무척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삶을 마감한 매기 할머니는 도서관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으리라.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되겠지만 늙는 게 두렵지 않다. 나에게도 도서관이 있으니까. 
도서관은 공공체가 함께 촘촘한 그물망을 짜는 곳이다. 
P. 94
워싱턴대학교 동아시아 도서관의 이효경 사서가 『책들의 행진에 기록한 도서관 영토전쟁 사건을 요약하면이렇다. 2008년 7월 8일, 북미 한국학 사서들은 미 의회도서관이 독도의 주제어 변경을 검토하고자 회의를 소집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신속하게 행동에 나섰다. 미국 의회도서관 관계 부서에 독도 명칭 삭제의 부당성을 알리는 서신을 보내고, 한국 대사관과 정부 관련 부처에 상황을 전해 도움을 청했다. 상황을 알리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뒤따랐다. 7월 15일, 미 의회도서관은 결국 독도의 주제어 변경을 보류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북미 한국학 사서들의 발 빠른 대처가 없었다면 도서관이라는 영토에서 독도를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미국 사서들도 도서관의 언어를 바로잡기 위해 자정 노력에 나섰다. 도서관이 사용하는 주제어의 차별성과 편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예컨대, ‘여자 우주비행사‘는 있어도 ‘남자 우주비행사‘라는 주제어는 없다. 애당초‘우주비행사’의 기본값은 백인이어서, ‘히스패닉 미국인우주비행사’나 ‘인디언 우주비행사’는 목록화되지만 ‘러시아인 우주비행사’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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